(경향닷컴) 버마 아웅산 수치, 또 수용소 투옥

ㆍ미국인 잠입 관련 가택연금 해제 2주 앞두고…    “군정, 연금 연장 술수” 비판 불러

버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63)가 14일 투옥됐다. 버마 군정은 지난주 발생한 미국인 남성의 불법 잠입 사건과 관련해 수치 여사를 기소했다고 AFP·dpa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가택연금 해제를 2주 앞둔 상황에서 나온 군사정권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연금 연장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양곤 시내 북쪽의 정치범 수용소인 인세인 감옥에서 수치 여사를 면회한 변호사 흘라 묘 밍트는 “버마 당국이 수치 여사와 가정부 2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치 여사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3~5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치 여사의 정식 재판은 오는 18일 시작된다.

앞서 버마 군정은 이날 오전 가택연금 중인 수치 여사와 가정부 2명을 인세인 감옥으로 이송했다. 수치 여사는 변호사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건강은 양호하며 기분이 좋다”는 말을 전했다. 수치 여사는 지난주 탈수와 저혈압 증세를 보이는 등 건강이 악화돼 의사의 치료를 받았다.

수치 여사가 재판에 회부된 것은 미국인 존 윌리엄 이타우(53)가 그의 집에 불법 잠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입국한 이타우는 3일 밤 수치 여사 집 인근의 호수를 통해 잠입한 뒤 6일 새벽 헤엄쳐나오다 당국에 체포됐다. 그가 수치 여사의 집에 들어간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버마 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현지인의 집에서 밤을 보낼 수 없다. 더욱이 군정 당국은 2003년부터 가택연금 중인 수치 여사의 경우 가정부와 의사를 제외하고는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당국은 수치 여사가 이 사실을 알고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dpa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수치 여사가 이타우의 방문은 불법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해 이타우를 1층에 가둬뒀다”고 군정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이 끝나는 오는 27일을 불과 2주 앞두고 일어난 점을 들어 군정이 연금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수치 여사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수치 여사의 정치활동 재개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음모라는 것이다. 미국에 있는 ‘버마를 위한 캠페인’의 아웅 딘 사무총장은 “군사정권이 수치 여사를 계속 연금하기 위한 술수이자 유엔과 국제사회에 대한 전면적 도전”이라고 말했다.

버마인들은 이타우의 불법 행위 탓에 수치 여사가 투옥될 위험에 처하자 그의 행위에 분노하고 있다. 수치 여사의 변호사 치 윈은 “가증스러운 미국인 때문에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찬제기자 helpcho65@kyunghyang.com>